은혜게시판

제목추모의 글 (2)-딸 한은경 한철동 2008-03-112021-12-15 12:07

사랑하는 엄마

  평소의 강인한 모습처럼 용기있게 병마를 이겨내고 계셨고, 또 그렇게 하시리라고 굳게 믿었던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인정하기 어렵고,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여러 안타까운 순간들이 눈앞을 스치며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서슴없이 “저의 어머니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만큼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어머니로서, 한 사람으로서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격변의 시대만큼이나 굴곡의 삶을 사셨지만, 언제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용기있게 살아오셨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셨지만, 앞서가는 의식과 삶의 열정을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훌륭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신실한 신앙을 지녀오셨고, 만주에서 태어나셔서 전쟁으로 먼 길을 피난와야 했던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도 자신의 삶의 어려움을 넘어서 이웃을 사랑하는 자선사업가라는 선한 꿈을 품으셨지요.  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평생 신실하게 헌신해 오셨고, 특별히 신앙교육에 관심을 가지셔서 오랫동안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사랑하며 돌보셨습니다. 이 세상을 건강하게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환경운뾵에도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오셨지요. 교회에서, 평신도로서 신학을 공부하던 학교에서, 사업을 하시던 곳에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분이셨습니다.

   가정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늘 맛있는 간식과 음식을 만들어주셨고, 사서 입는 옷보다 더 예쁜 옷을 손수 만드셔서 입히셨던 어머니의 사랑의 손길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늘 마음이 풍요로웠던 어머니 때문에 어려웠던 시절에도 별로 어려운 줄 모르고 자랐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도량이 넓고 선하고 큰마음의 그릇을 지니신 분으로 어떤 사람이든 품어내실 수 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어머니의 성품과 살아오신 삶은 저의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셨지요.

   제가 존경하며 사랑하는 엄마, 삶의 마지막까지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과 용기로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던 자랑스러운 엄마,

   지금도 사무치도록 엄마가 그립습니다. 이제 엄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슴 저미도록 안타깝고 가슴쳀 아프지만, 어머니의 삶의 마지막, 함께 했던 3개월의 행복한 시간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3개월 동안 엄마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분이셨는지, 제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해 주셨지요. 하나님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엄마의 몸짓 하나, 웅얼거리는 말 한마디, 어눌한 발음으로 부르는 찬송, 활짝 웃는 웃음이 우리를 얼마나 가슴뛰게, 기쁘게 했는지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가운데서도 먹는 것, 집에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시던 엄마의 사랑도 마음에 담아 두었습니다. 엄마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마음으로 대화하며 엄마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요. 엄마가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처럼 안타까워하며 염려와 슬픔을 전해 주었던 많은 분들을 대하며, 저의 부모님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마지막 3개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시간들을 제게 마지막으로 주신 엄마의 선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내 삶을 지탱해주는 커다란 기둥이 뽑혀져버린 것 같은 지금의 시간이 견디기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엄마가 삶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처럼, 또 엄마의 아들,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엄마에게 다하지 못했던 사랑으로 남아 계신 아버지를 섬기겠습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남기신 자리가 너무나 크기에 우리의 슬픔 또한 큽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뜻을 모두다 헤아리기 어렵지만, 우리에게 부활과 천국의 소망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천국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더 행복하게 만날 날을 소망하며 살겠습니다.

   엄마, 이제 주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세요. 그리고 우리를 지켜봐주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2008년 3월 7일        딸 은경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