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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모의 글 (3)-손녀 한다은, 손자 한예담 한철동 2008-03-112021-12-15 12:08

   사랑하는 할머니
   할머니를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지만, 언제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시며 다정하게 대해주시던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좋아해주시고,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조용히 내 애기를 들어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내가 지어낸 애기들을 듣는 것을 좋아 하시고, 궁금한 것들을 물으면 찬찬히 대답해 주시던 할머니. 말씀하시기보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던 할머니. 그래서 언제나 할머니와 마주 하면 내 마음의 모든 애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방문했을 때, 우리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시며 우리에게 사랑을 표현하시던 할머니. 내가 맛있게 먹으면 너무나 기뻐하시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를 반길 때 마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예쁜 쿠키를 학교에 가지고가 아이들의 부러움을 살 때 마다 마음속으로 우리 할머니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으시던 할머니.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할머니는 학교 안 다니는데 왜 공부해요?”라고 물으면 사람은 젊어서도 늙어서도 항상 책을 읽어야한다고 대답해주셨던 할머니. 제 기억 속의 할머니는 그렇게 모든 일에 말씀보다 행동이 먼저이셨습니다.
    3개월 전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양로원에 도착했을 때 제 손을 잡으시며 온전치 못한 발음으로 제 이름을 부르시던 할머니가 눈앞에 아른 거립니다. 비록 몸이 너무 쇠약해 지셨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사랑해주고 지켜주시는, 저에게는 매우 강인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계실 것만 같던 할머니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지만 천국에서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을 놓습니다. 우리는 비록 육체적으로 할머니와 이별을 했지만 나의 마음에 있는 할머니는 언제나 내 곁에 내 마음속에 있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2008년 3월 7일 사랑하는 한다은, 한예담 드림